현철이 형이 썸을 키워오다가 더욱 발전한 여성분을 동행하고 우리 가게로 데이트를 오셨던 날.
그는 내게 말로만 들었지 생전 처음 먹어보는 고귀한 선물을 안부인사로 들고 왔었는데
그것이 마카롱이었음.
원래 주위에서 하도 똑같은 얘기만 하고 예찬만 하면 좀 질리는 경향이 있잖아.
나한텐 제과계에서 마카롱이 그런 이미지였는데.
형이 주셨던 마카롱도 조그만 포장지에 달랑 세 개밖에 안 들어있어서
'뭐예요, 형. 이왕 줄려면 좀 많이 사오지 그랬어요' 같은 망발이나 하고 그랬었는데.
역시. 사람은 직접 소문에 대한 경험을 해 보고 스스로 판단을 해야 함.
현철이 형은 날 소중히 생각하셨던 것이 분명해.
제과제빵 쪽에 살짝 흥미가 생기기 시작했던 때,
(라기보다는 주방의 저 훌륭한 오븐으로 뭐라도 해야겠다는 생각에)
적접 먹어본 후, 요걸 한 번 만들어 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에 매진하기 시작함.
마카롱 ;
- 필링 ; 초콜릿 가나슈 & 버터크림
- 꼬끄 ; 흰자 75g. 설탕 37g, 슈가파우더 112g, 아몬드가루 63g(20쌍 정도 분량)
- 가나슈 ; 생크림(휘핑크림) 50g, 다크초콜릿 커버처 50g
- 버터크림 ; 흰자 35g, 설탕 7g, 설탕 35g, 물 13g, 버터 113g
꼬끄 레시피 출처(판 요리&레시피 http://pann.nate.com/talk/317330336)
버터크림 레시피 출처 (먹사녀님 블로그 http://blog.naver.com/gkstkddud57?Redirect=Log&logNo=30184256256)
우리나라 아가씨 & 아주머니 블로거 분들이 안 계셨다면
나는 브라우니도, 스콘도, 제누아즈도. 그 어떤 것도 만들지 못한 채
여름에 도우만 민다 치면 땀이 폭포처럼 쏟아지는 좁고 뜨거운 주방에서 말라가고 있었을 것이다.
처음에는 제과제빵 블로그의 대부님이신 베이킹파파 아저씨의 포스팅을 많이 참조했지만,
뭘 잘못한 건지 처음 멋 모르고 성공한 후 다섯번간을 한 번도 성공하지 못했기 때문에(ㅋㅋㅋ)
반죽을 오븐에 넣은 후, 내가 확신을 가지고 '이건 됩니다' 라고 이젠 말할 수 있는 위의 레시피로 갈무리 함.
다른 사람들의 레시피를 참조하고 만들면서 느낀 점 & 심화학습 ;
1. 아몬드가루를 체를 쳐야 하는데, 걍 체치듯이 치면 입자가 굵어서 잘 안 내려진다.
요게서 좀 고민이, 이게 안 내려진다고 체 위에 있는 걸 걍 버리자니 엄연한 계량수치가 있는데 안 될 것 같고
억지로 내리면 아몬드가루에서 유분이 나와서 좋지 않다고도 하고, 뭘 어째야 하지? 라는 난감함이 찾아옴.
결론은 걍 억지로라도 내린다. ㅋㅋㅋ
주걱도 이용 안하고 걍 손가락으로 체 위를 훑어가면서 한 톨 남김없이 내려줬음.
2. 계량한 모든 재료가 가감없이, 빠짐없이 쓰이는 것이 제과제빵에서 참 중요하다고 사방에서 강조하고 있는데
정말 언급할 여지가 없는 진리인 것 같다.
오징어볶음 만들듯이 대충 간하고 휘젓는 그런 명쾌함과는 다른 매력인 듯.
3. 머랭의 완성도도 굉장히 중요하다고들 하는데, (즉, 많이 올리지도, 적게 올리지도 않은 80%의 머랭 상태)
완성된 머랭이 끝이 살짝 휘어지고, 볼을 뒤집어봤을 때 움직이지 않는 정도로 했다.
흰자를 휘핑하면서 설탕을 나누어 넣다보면 어느 순간 윤기가 매끄럽게 자르르 도는 것이 완전 매력적이었다!
4. 반죽(마카로나쥬). 요게 좀 관건인 것 같은데,
머랭에 가루류를 넣든지, 반대로 가루류에 머랭을 넣든지 두 가지 방법이 있던데
나는 머랭에 가루류를 나누어 넣으면서 섞는 방법으로 함. 나누어 섞을 때마다 가루만 안 보이게 대충 섞다가,
가루류가 다 들어가고 대충 섞이면 그 때부터 본격적으로 머랭 죽이기(= 농도 맞추기)를 시작하면 되는 것 같다!
저어주고 눌러주고 바닥 긁어주면서 뒤집어 주면서 섞다가 중간중간 농도를 확인하는데, 그렇게들 강조하시는
'반죽을 떨어뜨렸을 때 리본 모양으로 안 끊기고 주르르 떨어지며 자국을 남기다 몇 초 후에 사라지는'
요거 좀 적절한 표현 같으니까 까먹지 않도록 해야 함.
5. 심혈을 기울인 반죽을 짤주머니에 담고 팬닝을 해야 하는데, 이쁘게 팬닝하기가 참 애처롭다.
첨엔 주방에 짤주머니가 없어서 크린백에 담아 귀퉁이를 잘라내고 했었는데,
아메바같이 퍼지길래 그 날 발주함. ㅋㅋ
여유롭게 맘을 먹은 다음에 팬에서 1cm 정도 거리를 두고 쭈욱 짜내는 게 젤 좋았어. 그치?
반죽이 쌓였다가 나중에 퍼지니까는 짜내다가 지름이 1.5cm 정도 되면 윗쪽으로 팟! 하고 손을 올려 끊어준다!
옆으로 끊으면 나중에 퍼지면서 한강철교 같은 모양이 된다!
6. 잘 될 마카롱은 떡잎부터 알아본다고,
어차피 잘 구워질 마카롱이라면 말리는 과정없이 오븐에 바로 들어가도 문제없이 모양이 이쁘다는데,
난 아직 경험을 못 해봤다.... 별나라 이야기인 것 같아.
(하지만 확실히 팬닝한 반죽을 보면 차이가 있는 게, 잘 되는 건 윤기가 자르르 흘렀던 것 같애)
말리는 시간은 대충 30분~ 1시간 정도이고, 바람 잘 부는 날 골라서 만들면 좋을 것 같다. ㅋㅋ
말랐다는 기준은, 손으로 건드려 봤을 때 안 묻어나는 정도보다는 조금 더,
무언가 굳어진 막 같은 것이 느껴지는 정도로 정리. (살짝 건드렸을 때 모양이 변하지 않는)
7. 160도로 예열된 오븐에서 13분간 구움.
우리 가게 오븐에서는 이래 구우면 되는데, 다른 오븐을 쓸 기회가 있으면 테스트를 해봐야하겠음.
그래서!!!!
나온 결과물은 이렇다.

위에 껄로 하면 요 정도 마카롱은 뭐!! 별 거 아니라는 것을 기억해두자!
라고 말하고 싶지만 속 빈 꼬끄를 버터크림의 힘을 빌어 숙성시키는 현재로는 계속된 시도가 필요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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